매국노 이근택을 꾸짖은 여종

황현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매국노 이근택을 꾸짖은 여종

한규설의 딸이 이근택의 아들에게 시집을 가면서 여종을 한 명 데리고 왔습니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근택은 대궐에서 돌아오며 집안 식구들에 숨을 헐떡이며 말했습니다. “나는 다행히 죽음을 면한 것 같다.” 부엌에서 일하던 여종이 그의 말을 듣고 난도를 끌고 나와 부르짖으며 말했습니다. “이근택아, 너는 대신의 몸이 되어 나라의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너는 나라가 위태로운데 능히 죽지 않느냐?, 이내 너는 다행히 면했다고 하니, 너는 참 개, 돼지만도 못하구나.” 여종은 이어 “나는 비록 천한 사람이나, 어찌 달갑게 개, 돼지의 노비를 하겠는가? 내 힘이 약하여 너를 온갖 방법으로 벨 수 없음이 안타깝다. 차라리 옛 주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여종은 매국노 이근택을 꾸짖고 돌아가 버렸습니다.

시사

이 이야기는 많은 점을 시사해 줍니다. 첫째 을사늑약을 체결한 을사오적이 민중, 심지어 노비에게까지 많은 질타를 받았다는 점, 을사늑약 이후 을사오적은 독립운동가로부터 끊임없이 암살위협에 시달렸다는 점입니다. 황현이 노비의 이름을 빌려 을사오적을 비판, 치욕을 주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만큼 을사오적이 많은 이들에게 질타를 받았음을 시사합니다. 둘째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이익관계에 따라 잘못을 은닉하고 감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월급을 받는 사람은 그 기업 사장의 눈치를 봐야 하므로 부조리, 잘못을 끼어 앉고 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구한 말에도 매국노를 코앞에서 질타한 여종의 이야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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